오늘은 아니야.
어제도 아니고...그제...수요일
엄마가 몇일전 부터 우리집에 나를 보러 신부님이 오신데...
나는 신부가 누군인지?결혼하는 신랑 신부...
엄마가 몇일전부터 이야기 하는걸 보니 중요한 분인것같긴해...
우리 엄마는 가만있지 못해.
나를 자랑하고 싶은가봐.
나의 초롱한 눈빛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시데...
내가 눈이 좀 초롱하고 우리엄마 눈에는 최고로 예뻐보이나봐.
가끔 우리 엄마가 나와 눈을 맞추며 엄마 닮아 가원이가 이쁜거야?라고 물어 볼때가 많거든.
그럼 난 눈을 위로 올려.엄마랑 장난치는거지.
우리엄마는 내가 눈을 깜빡이며 그냥 바로 다른 곳으로 가버리거든.
바빠서 그런건 아는데 엄마랑 좀더 같이 있고 싶거든.
동생들이 펼쳐놓은 책과 종이, 장난감도 치우고
동생들에게도 신부님이 오시니 인사도 큰소리로 하고 누나 옆에 있으라고 당부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우리 엄마는 항상 반복 재생하는 테이프인가봐...
입이 아플만도 한데...매일 같은 말 반복이고...동생들도 계속되니 건성으로 듣고 또 혼나고...소리지르고를 반복해...
알지 엄마들의 잔소리..
우리 엄마도 똑같아.
신발장 정리도 하고..
신부님께 드릴 선물에 편지까지...
항상 힘들다는 우리엄마가 많이 신경쓴거야...
드디어 오셨어.
신부님...난 처음 봐...
검은 옷에 큰 키 .날씬한 몸매...우리 아빠보다도 더 나이들어보이지만 배는 나오지 않은것같았어.
흰머리도 ...
그리고 예전에 엄마가 날 보라고 꽃꽂이를 했거든. 그 선생님도 우리 먹으라고 빵도 사오시고.
녹차맛이야..아이들은 녹차맛을 안좋아할껄. 아마 고생한다고 우리엄마 드시라고 사오셨나봐.
두 동생은 달콤한 딸기맛을 좋아하는데...
난 입으로 먹을수없어 롤케잌맛을 몰라.
아마도 포근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고...난 오래전부터 입으로 먹지 못해 맛을 몰라.
다른 할머니 두분 . 그리고 신부님이랑 비슷하지만 더 나이드신 할어버지 한분...
어른들이 오시니 우리집이 꽉 찼어...
근데 우리 아빠는 수요일 7시 20분인데 오늘도 어제처럼 항상 늦게까지 일을 하셔서 우리랑 함께 손님들을 맞이하지 못했어.
아빠는 항상 늦어.
아침은 7시 40분쯤에 나가시는데 아마도 30분쯤 가셔야하는데 조금 늦으시는것같아, 가끔 나에게 인사하는걸 까먹고 두동생들과 문 앞에서 인사하거든. 둘째는 아침에 못일어나 인사못하는 날도 많아.
아빠는 아침도 못드시고가. 엄마가 두 동생들 아침만 챙기거든. 엄마도 일찍 일어나지 못해.
이건 다음에....세째가 아빠 아침못드셔서 어떻해요?라고 귀엽게 묻더라.
우리 세째는 애교덩어리..가끔 욱할때는 엄청 무서워.
우리엄마가 날 더 이쁘게 보일려고 머리를 올리느라 위치를 바꾸는 바람에 난 가래때문에 숨쉬가가 힘들어 산소포화도가 90초반 80후반
심박동수도 올라 올라...
내가 손님들이 오신다니 좀 긴장했나봐...
어색한 침묵..
우리 엄마의 철없는 나를 소개하는 방방뛰는 목소리와 나의 숨쉬는 호흡기 소리만...
내 표정이 많이 힘들었나봐...
오신분들이 걱정하는 표정이었거든...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우리 엄마가 너무 흥분하셨나봐...
난 사춘기야,, 엄마가 미워서가 아니라 사춘기라 엄마 탓하는거야...알지? 내맘..사춘기는 어른들은 다 지나간 시기.
누구나 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있는거라 그 시기를 잘 넘어가야 어른이 된다고 나 다음으로 사춘기를 넘어갈 동생에게 항상 우리엄마가 이야기 하시거든...
신부님이 이제 기도 하겠습니다.
낮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더니 누워있는 나에게 갑자기 손에 쥐고 계시던 작고 흰 분무기로 물을 뿌리시는거야.
깜짝 놀랐어.난 신부님의 손에 들린 파란 화일과 작은 흰것이 무엇인가?궁금했거든.
우린 종교가 불교에 가깝고 유교거든.구지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기도는 처음이라...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어.
근데 같이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무릎을 꿇고 같이 아멘...그리고 같이 따라말씀하셔...
난 조금 겁이나고 그리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어.
눈을 어디에 둬야하나?
나를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에게 고맙기도 했어.
어쨌든 멀리서 날 보러 오신거잖아.
사실 이것도 9층에 사는 엄마랑 친한 아줌마가 신부님을 집으로 초대하신거야.
신부님이 이제 다른 곳으로 가신다고 해서 감사인사 하는 자리래.
오시는 길에 우리집은 14층이거든.
신부님의 눈빛은 엄마가 말한대로 선하고 빛났어.
내동생들도 나랑 같이 당황했을거야. 다들 기도는 처음 이거든.
기도가 끝나고 신부님이 내이마를 두손으로 꼭 만져주셨어.그순간 스파크...난 가끔 우리 엄마랑도 스파크가 나. 정전기라 하지.
난 남자는 무서워해. 눈물을 흘려.
근데 신부님과 함께 할때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
아까도 말했듯이 엄마때문에 숨이 막혀 힘들었을 뿐ㅇㅣ야.
난 엄마를 싫어하지 않아. 그냥 사춘기야. 알지?
그리고 서둘러 다음 약속장소인 9층으로 가셨어.
우리 엄마의 하이톤 목소리로 인사를 드리니 신부님께서 엄마가 밝아 아이들이 다 이쁘다고 하셨어.
신부님이 우리 엄마의 공식적인 모습만 봐서 그래.
우리 엄마는 헐크거든
엄마가 힘든건아는데 너무 소리를 지르고 동생들을 혼내...
내가 생각을 못할정도로...
예전보다는 그래도 ...
이건 다음에 이야기 할께...
그리고 엄마가 준비한 와인과 편지를 드렸어.
가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것같아.
우리 가족의 바램보다 더한 무언가가 나는 지켜주는것같아.
이건 우리 엄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
누군가가 우리 가원이를 지켜주는 것같다고.
누군가의 기도가 우리 가원이를 잘 지켜준다고.
나를 보러 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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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나??난 어떻게 사나?궁금할때 9층 언니를 통해
신부님께 상담을 한적이 있어요
그분이랑 대화가 저를 다른 관점으로 볼수있는 계기가 되고 맘이 편안해지고 가원이와 동생들 나와 함께 하는 신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
다른 곳으로 가신다니 너무나 서운하고..난 종교도 없는데 정말 어른다운 어른을 다른 곳으로 보낸다니 무지 아쉬웠거든요.
가원이 맘이 되어 기록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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